이사할 때 버리지 못한 가구가 있나요? 5월이 되면 괜히 공간을 다시 들여다보게 돼요. 날이 좋아서 그런지 창문을 열고, 자리를 조금 바꿔보고, 이 자리에 뭔가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막상 고르려고 보면, 요즘은 더 오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빨리 사는 것보다 잘 고르고 싶어진 것처럼요.
이번 호는 그 오래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
|
|
덴마크 디자이너 보르게 모겐센(1914–1972)은 화려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내 목표는 사람을 위한 것을 만드는 것, 사람에게 단단히 집중하는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람이 사물에 적응하도록 강요하는 게 아니라." 1958년에 한 말이에요.
그는 평생 단순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가구가 사람의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충분히 절제된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었죠. 동시대 디자이너들이 국제적인 명성을 쌓을 때도 그는 덴마크 시장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묵직한 북유럽산 나무와 가죽이라는 소재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어요. |
|
|
그런 사람이었는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주변에 있는 걸 닥치는 대로 집어 들었어요. 성냥갑이든, 냅킨이든, 쓰다 버린 봉투든 — 손에 잡히는 것에 바로 적었어요. 특별한 스케치북 같은 건 없었어요. 지금 남아있는 그의 드로잉 중에는 실제로 냅킨에 그린 것들이 있어요.
그의 가구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와 가죽에 생활의 흔적이 쌓이면서 더 아름다워진다고들 해요. 새것일 때보다 오래 썼을 때 더 좋아지는 것들이 있어요. |
|
|
보르게 모겐센이 1945년에 만든 스포크백 소파는 지금도 팔려요. 1958년에 나온 스패니쉬 체어도 마찬가지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와 가죽에 생활의 흔적이 쌓이면서 더 아름다워진다고들 해요. 70년이 지난 가구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해요. 유행을 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화려하지 않고, 과하지 않고, 그냥 거기 있어도 자연스러운 것들이에요.
오래 쓰는 가구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처음 봤을 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진다는 거예요. 새것일 때의 매끄러움보다, 손이 자주 닿은 자리의 질감이 더 좋아져요. 처음엔 낯설다가 어느 순간 그 공간에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
|
|
그런데 스포크백 소파가 처음부터 사랑받은 건 아니었어요. 1945년 여름, 모겐센은 한스 웨그너 가족과 함께 여름 별장에서 지냈어요. 전쟁이 끝난 첫 번째 여름이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밖에 나가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졌어요. 그 여름에 두 사람은 코펜하겐 캐비닛메이커 길드 전시회에서 선보일 "미래의 집"이라는 전시를 함께 준비하고 있었어요. 비 오는 별장에서 친구와 함께 미래의 가구를 구상하던 그 시간에, 스포크백 소파가 탄생했어요.
그런데 정작 공개됐을 때 반응은 차가웠어요. 너무 앞선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생산조차 되지 못했고, 실제로 만들어지기까지 17년이 걸렸어요.
오래가는 것들은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유행과 맞지 않아서, 너무 단순해서, 혹은 너무 솔직해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런 것들이 남아요. 비 오는 여름 별장에서 조용히 탄생한 소파처럼요. |
|
|
이사를 하면 알게 되는 게 있어요. 짐을 싸다 보면 자연스럽게 두 종류로 나뉘어요. 들고 가는 것과 두고 가는 것. 그런데 그 기준이 가격도, 크기도 아닌 경우가 많아요. 비싸게 산 것도 버리게 되고, 오래되고 낡은 것도 굳이 챙기게 돼요.
왜 그럴까요? 아마 그 가구와 함께한 장면이 있어서일 거예요. 매일 앉던 의자, 늘 그 자리에 있던 테이블, 어느 날 문득 없으면 이상할 것 같아진 것들. 가구가 공간에 스며드는 순간, 그건 더 이상 물건이 아니에요. 그 집에서의 시간이 되는 거예요.
새집에 들어서면 또 다시 시작돼요. 들고 온 가구가 새 공간에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익숙한 것들이 낯선 공간에서 다시 새롭게 보이기도 해요. 오래된 가구가 새 집의 분위기를 잡아주기도 하고, 반대로 새 공간이 오래된 가구를 다르게 보이게 만들기도 해요. 그 사이에서 함께 살아온 세월이 가구에 조용히 녹아들어요. 그게 공간을 익숙하게 만들고,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모겐센이 말했던 것처럼, 가구는 사람이 적응하는 대상이 아니에요. 함께 살아가는 것에 가까워요. 이사를 해도 데려가고 싶어지는 가구, 새 공간에서도 금방 자기 자리를 찾는 가구. 그게 오래 쓰는 가구의 조건이 아닐까 싶어요.
3, 4월을 지나면서 많은 신혼부부와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는 분들께서 오르막하우스를 찾아주셨어요. 새로운 공간에 함께 놓을 가구를 고르면서 사이즈부터 색상, 구성까지 오래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저희도 같은 질문을 하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10년 뒤에도 그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가 될 수 있을까. 오르막하우스가 계속 가구를 만드는 이유예요. |
|
|
29CM에서 진행하는 29일요입점회가
5월 10일부터 11일까지 진행돼요.
오르막하우스 역대 최대 할인인 29%로 만나볼 수 있는 기간이에요. 평소에 눈여겨봤던 제품이 있다면, 이번 주말이 좋은 기회예요.
*자세한 소식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공유될 예정입니다! |
|
|
사람, 가구, 공간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 보낼게요.
읽다가 궁금한 게 생겼거나,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가 있으면 언제든 메일로 알려주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