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공간은 무엇을로 완성되나요?
오르막하우스를 운영하다 보면 캡션 한 줄에 다 담기지 않는 이야기들이 생겨요. 제품을 만들면서 드는 생각, 가구를 놓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어떤 소재를 왜 골랐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그래서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됐어요. 저널과 블로그에서 나눠 하던 이야기를 한 곳에 모아, 좀 더 편하게 풀어보려고요.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답게, 첫 번째 주제는 재료예요. 나무, 금속, 아크릴 — 같은 소재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거든요. 오늘은 그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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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인지 조각인지, 그 경계에서 만든 사람 Antrei Hartikain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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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꽃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얇은 줄기 위에 나무 꽃들이 올려진 작업인데, 처음 보면 가구인지 조각인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아요. 그런데 한참 들여다보면 보이는 게 있어요. 이 작업의 핵심은 나무라는 소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끝까지 따라간 결과예요.
핀란드 디자이너 Antrei Hartikainen은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나무와 함께 자랐어요. 정규 디자인 교육 없이 마스터 캐비닛메이킹을 익혔고, 그 배경이 작업 방식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화려한 형태보다 소재 자체의 가능성을 먼저 묻는 것. 가공된 표면과 원목 사이의 대비, 빛과 그림자가 결 위에 만드는 표정 — 그는 나무를 디자인의 재료가 아니라 대화 상대처럼 다루는 사람이에요.
최근엔 유리 공방과 협업하며 나무 바깥으로 작업을 확장했지만, 질문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이 소재가 가진 가능성을 얼마나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 재료가 바뀌어도 태도는 같습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것들과 반대편에 있는 작업. 오래 두고 싶어지는 것들이 어디서 오는지, 그의 작업이 조용히 말해줍니다.
🔗 Antrei Hartikainen instagr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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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보이고, 흔적이 남고, 그게 가치가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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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가구 시장은 마감에 집중했어요. 더 저렴하게, 더 균일하게, 더 깔끔하게. 기능적으로는 충분히 훌륭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깔끔함이 조금 피로해졌어요.
요즘 주목받는 가구들은 방향이 달라요. 원목의 결을 그대로 드러내고, 금속은 금속답게, 세라믹은 세라믹답게. 마감으로 감추는 대신 재료 자체를 앞세워요. 손으로 깎은 흔적, 장인의 손길이 남은 표면이 오히려 가치로 읽히기 시작했어요.
단순한 자연주의 트렌드가 아니에요. 빨라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집을 통해 속도를 늦추고 싶어졌고, 완벽하게 마감된 것들에 지쳐 조금 거칠더라도 정직한 것을 찾기 시작한 거예요.
오르막하우스도 그 흐름 안에 있어요. 원목과 무늬목을 두 재료 모두 쓰는 건 어떤 소재가 더 좋아서가 아니라, 재료가 얼마나 솔직하게 쓰였는가를 기준으로 고르기 때문이에요. 요즘 가구 씬의 변화를 보면서, 그 기준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었구나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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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가구라고 하면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금속은 실제로 열을 빠르게 전달하고, 처음 손이 닿는 순간 그 차가움이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공간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소재의 물성만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함께 놓인 것들이 중요해요. 원목 테이블 위에 금속 다리가 놓이면, 금속은 구조가 되고 나무가 표정이 돼요. 패브릭 소파 옆에 금속 프레임 선반이 있으면, 딱딱함보다 단단함이 먼저 읽혀요. 금속이 차갑게 느껴지는 건 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배치와 조합의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마감도 많은 걸 결정해요. 광택을 낮춘 매트한 표면, 시간이 지나며 산화된 흔적이 남는 철, 손으로 두드려 만든 불균일한 텍스처는 금속을 훨씬 가깝게 만들어요. 완벽하게 균일한 표면보다, 만든 사람의 손길이 남은 금속이 오히려 따뜻하게 읽히는 이유예요.
소재는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쓰이느냐가 전부인 것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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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호 사람, 가구, 공간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갈 예정이에요.
읽다가 궁금한 게 생겼거나,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가 있으면 언제든 메일로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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