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 하나가 생기면 공간이 달라지는 이유가 있어요 오르막하우스가 요즘 선반을 계속 생각해요.
패치 월 시스템을 내고 나서부터예요.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더 다양하게 쓸 수 있을지. 선반이라는 가구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어요.
선반은 가구 중에 가장 조용한 존재예요. 침대나 소파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아요. 그냥 거기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반이 하나 생기면 공간이 달라져요. 벽이 달라지고, 그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지고, 무엇을 올려두느냐에 따라 그 공간이 어떤 곳인지가 보이기 시작해요.
이번 호는 그 조용한 가구 이야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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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저드(1928–1994)는 현대 미술가였어요.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단순히 형태를 줄이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는 사물의 구조와 비례, 재료가 가진 본질, 그리고 그것이 놓이는 공간까지 하나의 관계로 바라봤어요.
그가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도 아주 현실적이었어요. 1970년대 초, 뉴욕 스프링 스트리트의 작업실 겸 집을 꾸미면서 마음에 드는 가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당시의 가구들은 장식이 많거나, 그가 원하는 구조와 비례를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침대와 세면대를 시작으로 선반, 책상, 의자까지 하나씩 설계하게 됩니다.
저드에게 가구는 작품을 닮은 오브제가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였어요. 그래서 만드는 것만큼 어디에, 어떻게 놓이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의 집과 작업실은 작품과 가구, 건축이 하나의 질서를 이루는 공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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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드에게 가구는 작품을 닮은 오브제가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였어요. 그래서 만드는 것만큼 어디에, 어떻게 놓이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의 집과 작업실은 작품과 가구, 건축이 하나의 질서를 이루는 공간이었어요.
저드의 가구를 관통하는 원칙은 '재료의 정직함'이었습니다. 목재는 목재 그대로, 금속은 금속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무처럼 보이게 칠한 금속이나 다른 재료를 흉내 내는 마감처럼, 하나의 소재가 다른 소재인 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재료는 있는 그대로의 성질과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한다고 믿었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자의 예술은 예술을 닮은 것이 아니라, 의자로서의 합리성, 유용성, 비례에서 나온다."
그래서 그의 의자는 특별한 장식도, 과장된 형태도 없습니다. 대신 앉는다는 목적에 충실하고, 구조와 비례 자체가 아름다움을 만듭니다.
선반도 마찬가지예요. 선반은 선반이어야 합니다. 무엇을 담기 위한 구조라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저드는 생각했습니다. 그의 가구는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쓰임과 구조가 일치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디자인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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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은 닫으면 보이지 않고, 옷장도 문을 닫으면 그 안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선반은 달라요. 그 위에 올려둔 것들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자주 꺼내 읽는 책, 여행에서 가져온 작은 물건, 아무 생각 없이 올려둔 컵 하나까지.
선반 위를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조금씩 보여요. 그래서 선반을 고른다는 건 단순히 가구를 고르는 일이 아니에요. 그 위에 어떤 삶을 쌓아갈지를 함께 선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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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도널드 저드는 공간을 만들 때도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가구가 공간의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 놓이는 작품과 물건,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가구는 형태를 과장하지 않았고, 재료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목재는 목재 그대로, 금속은 금속 그대로. 가구는 조용히 제 역할을 하며 공간을 받쳐 주는 존재였습니다.
오르막하우스가 패치월시스템을 만들며 가장 오래 고민했던 것도 같은 지점이었습니다.
벽을 채우기 위한 선반이 아니라, 사람의 취향과 시간이 쌓여 가는 배경이 되는 것. 그래서 형태는 최대한 단순하게, 소재는 있는 그대로의 질감을 살렸습니다. 주인공은 선반이 아니라, 그 위에 놓일 책과 오브제, 식물, 그리고 매일의 생활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반보다 그 위에 쌓인 이야기가 더 선명해지는 것.
좋은 선반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그 공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먼저 보여주는 가구라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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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도널드 저드는 뉴욕 소호의 한 오래된 주철 건물, 101 Spring Street를 구입했습니다.
그곳은 단순한 작업실도, 집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수년에 걸쳐 건물을 직접 고쳐 나가며 생활과 작업이 하나로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 공간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방마다 꼭 필요한 것만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가구는 장식보다 기능에 충실했고, 작품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배치되었습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 벽의 여백, 물건 사이의 거리까지도 하나의 질서를 이루고 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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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드는 것만큼, 어디에 놓는지도 중요하다."
그래서 저드에게 공간은 물건을 채우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그가 직접 만든 가구 역시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가구가 없어서 만들기 시작했지만, 결국 그 가구들은 공간을 돋보이게 하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작품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좋은 공간은 많은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닙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비울지 알고 있는 공간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물건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래 함께할 것들을 남겨 두는 공간.
101 Spring Street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는 건축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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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가구, 공간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 보낼게요. 읽다가 궁금한 게 생겼거나,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가 있으면 언제든 메일로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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